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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문화 차이 확실히 실감한 미국 시월드 체험기

by 스마일 엘리 201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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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랫만에 시어머님께 이메일을 썼답니다.
제가 이메일을 쓰지 않으면 어머니께서는 저희 소식을 알 길이 없으니까요.
2012/09/30 - [일상 생활기] - 시댁에 무심한 미국인 남편덕에 나도 한국 며느리들과 다를게 없어

저번주에 파티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기 때문에 어머님께 보여 드릴 사진도 많고, 또 강남 스타일 춤을 2시간이나 연습하고도 술 취해 도중에 잠들어 버려서 댄스 타임을 놓친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 드렸죠 ^^;;;
2012/11/09 - [일상 생활기] - 속옷 투혼으로 강남스타일 말춤 연습하던 미국인 남편의 최후, 허무해 ㅠ.ㅠ

지금은 시어머님이 저와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이 아닌, 가족으로, 한국의 어머니들과 다름 없는 한 어머니로 느껴지지만 제일 처음 시댁에 갔을 때는 사실 많이 어색했답니다.
우선, 저희가 롱디 커플이였던 탓에 결혼식 직전에 시어머니를 처음 뵈었고, 시댁에 방문했을 때가 두번째 뵙는거라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저에게는 그냥 '미국인 중 한사람' 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상, '시댁' 이라는 곳은 며느리에게 편할수만은 없는 곳이였기에, 여느 한국 며느리가 시댁에서 행동하는 것 처럼 저 역시도 시어머님의 동선을 살피며, 제가 도와야 할 일은 없는지, 시어머님이 주방에서 뭔가 하고 계시면 저는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에게 "나, 어떻게 해야해?" 라며 소리도 내지 못한채 입모양으로 지원 요청을 했다지요. ㅎㅎㅎ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시댁에서 어리버리했던 제 모습과, 또 한국과는 너무 다른 문화차이에 안절부절 못 했던 미국 시월드 체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왔는데.....

저와 남편이 시댁을 가기 위해 샌디에고에서 새벽 6시에 출발했음에도, 시댁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였습니다. (같은 미국땅인데도, 총 3대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가니 무슨 해외여행보다 더 고단하더군요)
시어머님이 공항까지 마중 나오셔서 시어머님과 남편 저 이렇게 셋이서 시댁에 들어갔는데, 시아버님은 문 밖까지 나오셔서 반갑게 저희를 맞아 주셨어요.
그런데 남편의 형, 즉 저에겐 아주버님이죠. 아주버님은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손님이 오면 우선 하던 일을 멈추고, 손님 환대의 의미로 인사를 한 뒤,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자기 할 일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생네 부부가 멀리서 왔는데, 더더군다나 저와는 첫대면인데, 환대는 커녕, 비디오 게임 하느라 정신 없는 이 아주버님을 보고는 심한 충격을 받았더랬지요.
한국 같았으면 어른들이'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아!'하며 뒤통수를 한대 후려 갈겼을지도 모를일입니다. ㅎㅎ
남편과 제가 아주버님 쪽으로 다가가자, 그제서야 저희 남편에게 빅 허그를 하고, 저에게 악수를 청하더니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더라구요.
그리고는 비행은 어땠냐는 둥, 시덥잖은 말들을 서로 주고 받더니 다시 비디오 게임을 하지 뭡니까?.
한국에서는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면 우선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손님을 문앞까지 마중하고, 배웅하는 것이 당연하고, 예의인것인데, 이렇게 쏘 쿨하다 못해, 시니컬한 미국식 손님 맞이법에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비록 저희가 샌디에고에서 출발 했지만, 저는 지구 반바퀴를 돌아 온 외국에서 온 "손님" 인데, 왠지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였달까요??

그런데 나중에 남편이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은 저와 반대로 그 고충을 말하더라구요.
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저희 친정집에서 묵고 있을 때, 새로운 친척들이 드나들었는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때 마다, 밥 먹다 말고 다 일어서고, 차 마시다 말고 다 일어서고, TV보다 말고 다 일어서니 이해를 못하더군요. 게다가 그 사람들이 나갈 때 마다 또 문 밖까지 나가서 배웅을 해야 되니, 그것 역시 남편에게는 이해하기 힘들고, 번거롭게 생각하더라구요.


부모님 앞에서 이래도 되는거야???

다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는데, 남편은 쇼파에 기대고, 저는 남편에게 기대서 무릎 담요를 덮고 보고 있었답니다.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은 옆의 흔들 의자에 앉아서 보시구요.
TV를 보면서 중간 중간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남편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하다가 제 머리에 뽀뽀를 계속 하더니 나중에는 제 입술에다가 뽀뽀를 쪽~ 하는겁니다.
' 이기 미칬나?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
정말 저는 너무 놀라서 제일 먼저 시어머님과 시아버지의 얼굴부터 살폈어요.
그런데 너무 태연하게 TV를 쭈욱 보시던 시부모님
'못 보신건가?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TV시청~
그런데 또 남편이 뽀뽀를 하려고 드는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가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막 장난 치면서 얼굴을 못 돌리게 양손으로 제 얼굴을 잡고는 강제로 뽀뽀를 쪽~ 하지 뭡니까??? 
저는 또 심장이 벌렁거려 시부모님 눈치를 살피며 소근대듯 

어머님, 아버님 계시잖아!!!
 
그래서???

그래서 뭐? 우리 이러면 안돼!

우리 이래도 돼!!!
엄마 아빠가 있는게 왜?? 내가 내 와이프한테 뽀뽀하는데 문제 있어?
여러분! 내가 내 아내에게 뽀뽀하는데 문제 있습니까??


하며 되려 시부모님께 큰 소리로 물어 보지 뭡니까??
그러자 시어머님은 막 웃으시며

알았어, 알았다고!! 너네 신혼인거 우리도 다 안다!!!

하시며 오히려 재미있어 하시더라구요.
그럼에도 불편하고 역시나 시부모님 앞에서의 애정 표현이 어색하고, 불편했던 저는 그런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게 된 계기가 곧 생기게 됩니다.

한참 TV를 보시던 시아버님이 먼저 들어가서 자겠다며 의자에 앉아 있는 시어머니를 꼭 껴 안으시더니 "굿나잇" 인사를 하시고는 시어머님과 쪽쪽쪽~ 키스 3단콤보를 제 앞에서 나누시지 뭡니까???
우리의 키스를 시부모님께 들킨 것보다 시부모님의 키스를 옆눈으로 훔쳐보자니, 100배는 더 부끄럽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

                                        (시부모님의 강렬한 키스씬~ )

                              (저희들의 시부모님 키스 따라잡기 키스 씬~ ㅋㅋㅋ )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시아버님의 출근 시간은 언제?

시댁에 머무는 동안, 저희는 남편이 독립하기 전에 쓰던 2층에 있던 남편방에서 지냈는데요, 2층에 있다보니 1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길이 없었답니다.
시댁에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어머님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고, 아버님 나가실 때 잘 다녀 오시라고 배웅도 하고 인사도 해야지 하며 잠들었는데, 눈뜨니까 아침 11시였던거죠. ㅠ.ㅠ
(구태여 변명을 하자면, 제가 살던 샌디에고는 그때 시각이 9시, 그러나 시댁이 있는 위스콘신은 2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원래 일어나던 시각에 일어났는데도 시차 때문에 이미 11시더라구요. 이것도 제 나름대로는 놀라운 충격이였습니다. ㅎㅎㅎㅎㅎ )

아무튼 시아버님 출근하시는데 늦잠 자느라 배웅도 안한 버릇없는 며느리가 되었다고 자책하며,가족들 아침 식사는 어떻게 된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답니다. 할줄 아는게 없더라도, 적어도 시어머님 옆에서 거드는 척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하며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는 속상해하며 1층에 내려갔더니 냉장고에 포스트잇으로 메세지가 남겨져 있더라구요.
 
잠시 볼일이 있어서 다녀 오마

시어머님이 메세지를 남기고 외출한 것이였습니다.
남편에게 저의 걱정을 말했더니 오히려 남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아침에 자기가 할일이 뭐가 있어? 아침은 각자 먹는거야, 씨리얼을 먹든 토스트를 먹든, 자기가 먹을 음식은 자기가 챙겨서 먹는거지, 그걸 왜 자기가 걱정해?

이로써 아침 식사 걱정을 하던 것도 이날 이후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시차 적응을 핑계되며
시댁에 있는 동안 아침 11시에 기상하고, 아침 식사는 남편과 둘이서 씨리얼에 우유를 말아 먹으며 그렇게 지냈답니다.
어느날 남편의 조카인 이든이 삼촌방에 가겠다고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시어머님이 삼촌과 숙모는 자고 있으니 깨서 내려올때까지 절대로 올라가지 말라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 그리고 시아버님 출근 하실 때 배웅은 한번도 못 해 드렸습니다.
이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남편이 왜 제가 그걸 걱정하는지 오히려 이해를 못하길래, 그냥 그것도 맘에서 내려 놓았습니다. ㅎㅎㅎ 


내 주방에서 나가라는 시어머님!
 
며느리 된 도리로 시어머님이 저녁 준비를 하실 때 옆에서 뭐라도 도와야 될 것 같아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면 시어머님은 제가 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음식 만드는 것은 시아버지와 시어머님이 함께 만드셨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이 없기도 했구요.
또, 제가 미국 음식의 종류도 모르고 만드는 방법도 모르니 사실 음식 만드는 일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건 사실이기도 했죠 ^^;;;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것은 예의가 아닌것 같아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들 감자를 깍거나, 양파나 피망을 후라이팬에 볶는것을 도와 드리긴 했네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댁에 와서 너무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 설거지는 꼭 제가 해야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고, 식사 후 소매를 걷어 붙이니 시어머님께서 놀라시며

이건, 내 주방이란다!! 니가 할 일이 없구나, 식탁 정리만 도와 주렴~

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자기가 먹은 접시는 먹고 나서 다들 싱크대에 내려 놓았고, 식탁정리라고 해봐야, 빵 봉지와 버터, 잼등을 제자리에 돌려 놓는 일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식탁 정리를 맡기고 설거지는 제가 하겠다고 나섰더니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할거고, 내 주방을 게스트에게 내어 줄 수는 없지. 얼른 내 주방에서 나가렴~

하시며 어찌나 my kitchen을 강조하시는지;;;;
제가 어머님의 주방을 뺏겠다고 한것도 아닌데 말이죠.
나중에 남편과 라면을 끓여 먹고 그릇을 제가 씻으려 하자 남편이 안 씻어도 된다며, 나중에 저녁 식사때 식기 세척기 돌릴 때 함께 넣으면 된다는거예요.

이건 우리가 먹은거니까 우리가 씻어야지

자기야, 여기는 우리 주방이 아니야, 엄마의 주방이야

하지만 전 과감히 남편의 충고를 무시하고 제가 손 설거지를 하고, 식기들을 건조해 놓았죠.
나중에 시어머님께서 그걸 보시더니

설거지를 해 주었구나!!! 고맙다~

하시며 저를 꼭 안아 주시더라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설거지를 한 것은 잘 한 일인것 같기는 하지만, 어머님이 제 설거지 방식이 맘에 안 드실 수도 있고, 건조한답시고 가지런히 늘어놓은 주방식기들을 보고 조금 언짢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워낙 철저하게 개인주의 사고 방식으로 생활하는 미국인들이다 보니 자신의 고유 영역인 주방과 주방살림을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과 남이 손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였을텐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저는 며느리로써의 도리를 다하고자 했던 행동이 어쩌면 어머니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그 다음부터는 안해도 된다는 것은 과감하게 안 하기로 했답니다.
안해도 된다는데 계속해서 해도 되냐고, 또는 하겠다고 하는것 역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는걸 깨닫기도 했구요.


어리버리 저의 첫 미국 시월드 체험기, 한국과는 조금 많이 다르죠?
문화가 다른 것이니 어느쪽이 옳다라거나 더 좋다 더 나쁘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그저 미국은 이런 부분이 다르구나~ 라고 생각하시며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이 글은 제가 직접 체험한 것을 쓴 것이기 때문에 같은 미국 시월드라도 집안의 분위기나 가풍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모든 미국인을 일반화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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