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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기

편식하는 미국인 남편 입맞 고치려다 되려....

by 스마일 엘리 201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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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인들이 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거 아시나요?
사람마다 잘 안 먹는 음식이 한두개쯤은 있겠지만 미국인들은 말그대로 편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야채류는 절대로 안 먹는다던지, 바다에서 나는 것들 (생선을 비롯, 새우 조개등)을 아예 안 먹는다던지 말이죠.
이것은 어릴 때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하는 의사를 존중해서 억지로 강요해서 먹이지 않은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식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편식을 계속 하게 된 것이라는 얘길 들은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사람마다 안 먹는, 그리고 못 먹는 음식이 있는 탓에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아주 디테일하게 자기가 안 먹는 음식, 못 먹는 음식은 재료에서 빼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심지어는 햄버거를 주문하러 갔는데 주문받는 직원이

양파는요? 넣어도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묻더라구요.


저희 남편은 다행스럽게도 못 먹는 야채도 없고 (오히려 저보다 더 야채를 즐겨 먹어요) 해산물도 잘 먹고, 생선도 그럭저럭(?) 잘 먹는 편입니다.
그럭저럭이라고 표현한 것은 태어나서 먹어 본 생선이 연어와 고등어 그리고 이름 모를 흰살 생선 뿐이거든요.
이렇게 다 잘 먹는 남편이지만 "별로 안 좋아하는 음식" 이 있는데요, 문제는 제가 그 음식을 너무도 좋아한다는겁니다.
바로 돼지고기. 

추천당근 주세용~ ^^ 엘리는 추천당근을 먹고 힘내서 글을 쓰거등요~

 

있으면 먹기야 먹겠지만 본인 스스로 찾아 먹는 일은 절대로 없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대요.
하지만 전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너무 좋아하고, 남편이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못 먹게 되는 요리들이 너무나 많더라구요.
그래서 다양한 조리법의 돼지고기 요리를 선보여,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 찾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답니다. 
돼지고기가 별로라면서 베이컨은 맛있게 잘 먹는데 힌트를 얻어 삼겹살 요리부터 도전했지요. 
 


보쌈: 너나 많이 드세요  (네, 혼자서 많이 먹었답니다. 김치도 제가 담궜는데 ㅠ.ㅠ )

삼겹살: 이거 코리안 스타일 베이컨이야? 먹을만해. (오옷~ 하나 찾았다. 희망이 보인다)

삼겹살은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응용편으로다가 고추장 양념 팍팍 무쳐서 그릴에 올려 촤라락~ 소리내며 구웠죠.



고추장 삼겹살: 이거, 꽤 맛있네~ 나 이거 좋아!!!

점점 돼지고기의 참맛을 깨달은걸까요???
그리하여 이번엔 더욱더 분발하리란 생각으로 돼지고기에 한톨 두톨 장녀의 손길로 튀김가루 꾹 꾹 눌러 입혀서 돈까스를 만들었죠. (네, 저 장녀예요 ^^ )
게다가 유명 블로거의 특제소스라는 돈까스 소스까지 만들어서 올려 주었답니다.
 


돈까스: 이거 별로야!!!

왜냐고 물었더니

돼지잖아! (베이컨이랑 삼겹살은 돼지 아닌가? 그 놈의 일관성 없는 입맛하고는;;;;)

삼겹살과 고추장 삼겹살로 드디어 남편을 계몽시켰다 생각했는데 돈까스로 인해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버렸습니다 ㅠ.ㅠ
아마도 돼지고기가 아닌 제 돈까스가 문제였던 것일까요?? (아니 내 입에는 쫙쫙 달라 붙던데?? ) 
돈까스의 실패로, 냉동실에 저장해 두었던 한통 가득한 돈까스는 저 혼자서 튀겨 먹고, 튀겨 먹고 또 튀겨먹었지요. 그리고 튀김가루 남은 것과 닭가슴살이 있어 치킨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며칠 뒤 치킨까스를 만들어서 저녁으로 내 놓았죠.


한입 잘라서 먹던 남편은

자기 나를 또 속였어!!! 이건 돼지고기잖아" (뭐 이런 개 뽕따는 소리가;;;;;@.@ )

무슨 소리야?? 이거 치킨이야!!!

거짓말 하지마, 이거 돼지고기잖아, 저번에도 돼지고기 이렇게 숨겨서 나한테 먹일려고 했잖아

이거 진짜 치킨이라니까??? 고기 보면 알잖아, 고기가 틀리잖아, 돼지고기는 살이 이렇게 찢어지지 않아

아니야, 냉동실에 얼려 놓은거 내가 봤어, 아마 냉동실에 얼렸던 걸 튀겨서 돼지고기 살이 이렇게 찢어지는걸거야

참내, 치킨까스를 치킨까스라 부르지 않고, 돈까스라니!!!!!!홍길동이 답답한들 저만큼 답답하겠습니까??? 오호 통재라~

이것이 제 돈까스의 부작용인지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한(줄 알았는데 아니였던 것 같은 의심이 듬) 남편이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구분 못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ㅠ.ㅠ
결국 치킨까스도 입맞에 안 맞았던지, 끝까지 돈까스라고 우기며 안 먹더라구요.
그렇게 제 치킨까스는 돈까스의 누명을 뒤집어 쓰고, 제 위에서 장렬히 소화 되어, 장사한지 사흘만에 끙아로 부활하셨습니다 .

이후 남편은 튀김옷이 입혀진 넙적한 음식만 보면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되었지요.
돼지고기 안 먹는 남편의 편식 습관 고치려다 선량한 치킨까스만 오명을 쓴 채, 남편의 편식 목록에 추가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노력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였던지, 삼겹살과 고추장 삼겹살을 즐겨 먹는 것은 물론이고,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 찌개는 드링킹도 한답니다
심지어 베이비 백립을 만들어 줬을때는

돼지고기도 쫌 맛있는것 같아!!!

라며, 드디어 돼지고기의 참맛을 깨우친 듯한 발언을 하더라구요.


(뭐, 요리법이 서양 요리법이라, 소스가 입맞에 맞았을지도 모르겠어요 ㅡ.ㅡ;;; )

그러나!!!! 결론은 아직까지 남편은 돈까스와 치킨까스는 같은 종류로 분류되어 이후로도 저희들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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