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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

외국에 살다 온 한국인, 외국말을 섞어 쓰는 이유

by 스마일 엘리 201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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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저의 블로그의 이웃이신 크리스님께서 저에게 질문을 하나 주셨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친구들과는 일본어로 대화하고, 집에서는 남편과 대화를 하다보면, 블로그 글 쓰는것 외에 한국어를 쓰지 않는 날도 있을텐데 그러다보면 언어가 섞이거나 해서 생기는 에피소드는 없냐구요.
그때 그때 에피소드가 생길때마다 제가 기록을 해 두면 좋을텐데 그때 당시만 막 웃겨서 웃다가 5분 지나면 왜 웃었는지도 기억 안나는 5분짜리 기억력의 소유자라 당장 에피소드가 생각이 안납니다 ㅠ.ㅠ

하지만!! 말 나온김에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외국에 살다온 한국인들, 한국에 돌아와서 말할 때, 중간 중간 외국어를 섞어 쓰게 되는데요, 왜 그런지에 대해서 제 경험을 토대로 얘기를 해 볼까해요.
사실, 저 역시도 의식해서 영어나 일본어를 섞어 쓰지 않을려고 합니다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거든요. 그러다보면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핀잔을 주곤 하는데, 그게 정말 의도한게 아니라는걸 꼭 꼭 알려주고 싶어요.

우선, 이 글은 순전히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글이라는것도 알아 주셔요 (그래도 공감 하시는 분들은 지나치지 마시고 공감 덧글 부탁드릴께요~)
아!!! 무엇보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두셔야 할 사항은 블로그 이웃이신 크리스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저의 모국어는 한국어이고, 저에게 있어 제 2 외국어는 일본어이고, 그 다음 언어가 영어입니다.
그리고 일본에 거주 하는 지금 일상 생활에서 쓰는 언어는 일본어이고, 집에서 남편과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라는 점을 기억하고 읽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글이 무척이나 길어질 듯 하니 마음의 준비를 '단디' 하셔야 합니다.
자~ 외국에서 살다온 친구들이 한국어를 사용할 때 외국어를 섞어 쓰는거 많이 보셨죠???
왜 그럴까요?? 

1.  과시하기 위해서

아마도 많은 분들이 추측하시는 것이, 외국에 살다 온것을 과시하고 싶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그런 이유로 외국어를 섞어 쓰는 분이 계실테구요.
평상시에 자기 과시하기 좋아하고, 외국 다녀온 것 티내고 싶어하는 성향의 친구분이였다면 분명 첫번째의 이유일겁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정말 극소수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분들은 아래에 나올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의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섞어 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추천 버튼 꾸욱~ 누르고 읽어 주실거죠??? 추천에 힘내서 글쓰는 엘리랍니다

 


2. 자연스레 입에 배어버린 습관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일본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역사 선생님이셨는데요, 일본에 3년 유학 다녀온 여자분과 선을 보셨다고 해요.
그런데 그 여자분이 말 시작하기 전에 일본인들처럼"あの~(아노~)" 라고 한 후 말을 시작하더라는거죠.

그러는 그 여자분이 너무 재수 없었다며 고작 3년 살다가 와 놓고는 쪽바리 흉내를 내더라며 그렇게 흉을 보시는거예요.
당시에는 저희 담임 선생님도, 그리고 그 말을 듣고 있던 저를 포함한 다른 학생들도 1번의 이유인,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함께 '어우~ '하면서 야유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그건 그 여자분께서 의식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나온 말이라는것입니다.
제가 제일 처음에 그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일본에 와서 1년 뒤에 친구와 함께 한국으로 놀러를 갔더랬어요.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과 부딪쳤는데 저도 모르게 "스미마셍"하고 나오는겁니다.
한국에 왔고, 한국인들 뿐인데, "죄송합니다"가 아닌 "스미마셍"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버리니 제가 뱉은 말에 제가 다 황당스럽더라구요. ㅋㅋㅋ 
특히 습관처럼 이미 입에 배어버린 짧은 문장의 말들이나 감탄사들은 심지어 혼자 있을때도 일본어로 튀어나옵니다. 
예를 들자면 "あれ?("아레?" 물건을 찾다가 없을 경우 "어? 어디갔지 할때의 "어?" ) 
혼자서 TV를 보다가 "へえ~~~" ( "헤에~~" 저런것도 있구나 우와~ 또는 저럴수도 있다니, 세상에~" )   

제 친구중에는 일본어로 말 시작전에 "아노~" 하고 시작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한국어로 시작할 때도 "아노~"라고 시작한 후, 한국어로 말합니다.
말할 때의 습관인거죠.

그에 반해, 저는 "아노~"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인데, 뭔가 대답해야 할 때,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아노~"라고 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외갓댁에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저도 모르게 "아노~" 라고 하자 저희 어머니의 비난+ 핀잔의 갈채가 쏟아졌고, 제 얼굴은 순식간에 불가마에 떨어졌지요  ^^;;;;
고등학교 때 선 본 여자분을 비난하던 담임 선생님이 떠오르면서, 그 여자분의 입장도 이해되더군요.


             

3. 주 사용 언어의 혼란

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없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생활하고 있는 나라의 언어가 주요 언어가 되는것이죠.
주 사용 언어가 외국어가 된 상태로 오랜 시간 계속 외국에 살다가 오랫만에 한국어로 대화를 하게 되면 갑자기 외국어가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마음이 급할 때 저도 모르게 언어가 섞이더라구요.

전 하루종일 한국어를 말할 기회가 없는 날이 대부분이고, 남편이 출근한 이후부터는 쭉 일본어로 생활하다가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야 영어로 말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뜬금없이 일본어로 말을 하거나, 일본어로 반응을 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저기 도마뱀이 있어!" 라고 했을 때, 영어로 반응하는게 아니라, 저도 모르게 "あ!、本当だ!!”(아, 혼또다= 어, 진짜네!)라고 대답한다던지, 제가 무언가 급하게 찾고 있는데 남편이 "자기가 찾는거 이거 아냐?" 라고 물어 오면 "いや、違う!!”(이야, 치가우!= 아니, 아니야 ) 라고 답하곤 해요.
그럼 남편 표정은 @.@ 
이러고는 영어로 말해 달라고 부탁하죠. 

그러나 정작 제 자신은 제가 일본어로 반응했는지, 영어로 반응했는지 깨닫지 못하거든요.
아마도 제 뇌는 현재의 주 사용 언어를 일본어로 인식하고 있는것 같아요.
만약 영어권 국가에 있던 친구가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갑자기 영어로 반응을 한다던지, 섞어 쓴다면 이런 이유에서 일거예요. 
하지만 이 현상은 한국에 돌아가서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지더라구요
왜냐!! 
제가 일본에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 초반에 미국인들과 대화하다가 당황하거나 급하면 자꾸 일본어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일본어를 쓸 일이 없어짐) 일본어가 튀어 나오는 일이 없더라구요. 
그렇게 미국에 있다가 다시 한국에 3개월간 가 있었는데, 그때는 또 급하면 영어가 나와요,
그러더니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없어지더니 일본으로 오고 나서 다시 주 사용 언어가 일본어가 되다 보니 남편과 대화 도중에도 갑자기 일본어로 대답하고도 깨닫지 못하는거죠.
이웃이신 크리스님, 유럽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한국어로 질문을 받으니 머뭇머뭇 한국말이 안 나왔다고 하셨죠??
아마, 크리스님의 경우도 이 경우가 아니였나 싶어요.
유럽 여행 기간 동안 한국어를 쓸 일이 없었을테고 쭉 영어만 사용하셨으니 수개월에 걸친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단 지금 당장 사용해야할 주 언어는 영어라고 크리스님의 뇌가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한국어로 질문을 받으니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4. 점점 잊혀져 가는 한국어의 어휘력 

여러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한국어를 까먹는다는 느낌을 받은적 없으신가요??
외국에 살아서 한국어를 잊어 버린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독서 부족등으로 한국어의 어휘력이 점점 감퇴된다는 느낌, 경험한 적 없으신지요??
전 정말 한해가 다르게 한국어의 어휘력을 상실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제가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면서 적절한 한국어의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국어 사전을 검색할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중복'이라는 말이 생각이 안나서 '겹치다'라는 말로 대신한다던지, '변장' 이라는 말이 적절한 단어임에도 변장은 생각이 안나고 자꾸 '변신'만 생각난다던지, 그러나 적절한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답답하고 괴로운 그 느낌....
이렇게 점점 한국어를 잊어가는 와중에, 생각이 안 나는 한국어가, 그 문장에 알맞는 영어로는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한국에 있는 한국인도 점점 어휘력이 감소하는데, 한국어를 쓸 기회가 없는 외국에 살다보면 더더욱 한국어의 어휘력이 감퇴되는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외국에 사는 친구들끼리 주로 하는 말이 " 외국에 있다보니 이건 뭐, 한국어도 이상해지고, 그렇다고 영어가 느는것도 아니고, 어중이 떠중이가 되어간다"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5. 적당한 한국어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

이 경우는 한국어의 적당한 표현을 배우기 전에 영어로 먼저 그 표현을 익혀버려서, 그 말을 대체할 한국어 표현을 모르기 때문에 영어를 섞어쓸 수 밖에 없는 경우입니다.
저 같은 경우, 남편의 머리카락을 제가 깎아주거든요, 그런데 제일 처음 전동 이발기의 사용이 익숙치 않아서 뒷머리를 바가지 머리로 만들어 놨던겁니다 ㅡ.ㅡ;;; 
그러니까 일자로 쫙~ 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남편이 "fade it"  해 달라고 요청을 하더군요.
그 말은 머리카락을 층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깍아달라는 말이였는데요, 
사실, 이 말 역시 제가 한국어로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가 영어로는 어떤 의미인지 알지만, 한국어로 딱 fade를 대신할 만한 적당한 한 단어를 제가 모르기 때문에, 이 설명을 할 때는 어쩔수 없이 머리카락을 fade했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어요.
이렇게 사전을 통해 외운 단어가 아니라,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통해 익히게 된 영어가 늘어가고, 그것을 정확하게 대신할 한국어 표현을 모르게 되면 그만큼 영어를 섞어쓰는 비율은 늘어나게 되는거죠.



아마도 외국에 살다 오신 분이라면 위의 5가지 이유중 분명히 공감하는 이유가 하나쯤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은 무턱대고 한국어에 외국어를 섞어쓴다고 해서, 단지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둥, 외국에 얼마나 살았다고 한국어를 까먹은척 하냐는 둥 핀잔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사실 본인들도 갑자기 외국어가 튀어나오면 민망하고, 또 생각이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섞어서 사용하게 되었을 때, 퇴화해 가는 듯한 한국어 실력에 걱정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핀잔보다는 섞어 쓴 영어를 대체할 올바른 한국어 표현을 알려 주시면 아마 그 친구분들도 더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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